Special Issue

FA로이드, 있다? 없다?

유피디 2008. 7. 30. 01:14

어느 때보다 FA가 풍년이 될 것이라 했던 올 시즌, 그러나 정작 시즌이 시작할 때 FA 대박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는 구단주들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막상 FA 대어가 풀렸을 때 어떻게 돌변할지는 두고봐야겠지만, 아무튼 현재까지의 냉랭한 분위기 때문에 정작 예비 FA의 폭주는 기대보다 낮은 편입니다. 올 시즌, 과연 FA로이드는 있을까요?

1. 있다!


기록상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단연 손민한입니다. 7월 29일 현재 8승에 머물러 있지만 평균자책 2.40에 WHIP이 1.18로 대단히 훌륭합니다. 이 정도 스탯이면 작년의 리오스보다 조금 못한 정도라고 보면 됩니다. 유독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해 승수는 쌓지 못하고 있지만 경기당 평균 7이닝 이상을 소화하는 이닝이터에 90%에 달하는 퀄리티스타트 성공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기록만 놓고 본다면 국내 어느 구단이나 출혈을 감수하고서라도 탐을 낼만한 선수이지만 롯데의 아이콘이 강한데다가 일본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국내의 다른 구단으로 옮길 것인지는 미지수입니다.

시즌 초 팀에서 쫓겨나다시피 할뻔했던 홍성흔의 부활도 놀랍습니다. 그토록 원하던 포수를 포기하고 주로 지명타자로 나오고 있는데, 중심타선에서 0.323의 안정적인 타율을 올리고 있습니다. 중심타자로는 장타율(0.422)이나 홈런수(4)가 살짝 부족하지만, 6~7번 타순에서 아주 이상적인 연결고리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입니다. 수비 포지션이 애매하다는 것이 단점이지만, 역설적으로 타팀에서 포수 자리를 줄 수 있다면 선수 본인도 매력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2007 시즌 플래툰으로 출장이 많지 않아 FA 취득이 한 해 미뤄진 "국민우익수" 이진영은 보란듯이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습니다. 0.336의 타율과 0.882의 OPS, 그리고 두 자릿수의 도루까지 기록하면서 1번부터 9번까지 어느 타순에도 들어갈 수 있는데다가 강견의 수비능력까지 겸비한 젊은 선수(80년생)라는 점에서 굉장한 메리트가 있습니다. 하지만 선수 본인이 SK에 잔류하겠다고 누차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타팀으로 이적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쌍방울 시절부터 뛰었던 진짜배기 프랜차이즈 스타이기 때문에 구단에서도 포기할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SK의 "캐넌" 김재현도 올 시즌이 끝나면 FA 자격을 다시 얻습니다. 2007 시즌에는 많이 부진했으나 포스트시즌에서부터 감을 찾기 시작했고, 올 시즌에도 꾸준히 3할 타율을 유지하면서 중심타선에 포진되어 있습니다. 다만 부상 후유증 때문에 아직 수비와 주루가 여의치 않아 100% 활용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큰 출혈을 감수하고 영입하려는 구단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단, LG의 경우 김재현을 향한 팬들의 향수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야구 외적인 플러스 요인을 기대한 영입 타진은 가능할 것도 같습니다.

2. 모르겠다!


지난 시즌 FA가 되면서 일본 진출을 추진했다가 실패하고 두산과 1년계약을 맺었던 김동주는 올 해가 끝나면 다시 FA 자격을 취득합니다. 이번에도 일본 진출을 시도할 것으로 보이는데, 막상 올시즌 성적은 썩 좋은 편은 아닙니다. 14개의 홈런 중 잠실에서만 9개를 때릴 정도로 장타력은 여전하지만, 김동주의 가장 큰 매력이었던 컨택 능력이 다소 떨어지면서 타율은 3할에 살짝 못 미칩니다. 역시 2년 연속 FA로이드는 무리인 것일까요?

정성훈은 시즌 전 올 해 최고의 블루칩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모았던 선수입니다. FA 제도의 단점이, 대부분 베테랑 선수가 FA로 풀리기 때문에 유망주와 거액을 내주는 출혈을 감수하면서 영입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것인데, 올 해 예비 FA 중 이진영과 함께 가장 젊은 정성훈은 타팀에서도 충분히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그러나 막상 올 시즌 정성훈은 꾸준하지만 뚜렷한 활약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내야수로서 나쁘지 않은 0.272의 타율이지만 펀치력이 예년만 못하다는 것이 걸림돌입니다. 여전히 뛰어난 선수임은 분명하지만, 과연 큰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영입할만한 것인지는 선뜻 답이 나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우리에서는 정성훈만 연봉을 큰폭으로 올려주면서 FA 이적을 당연시하는 것 같은데, 여기에 입질할 구단은 LG와 KIA, 그리고 김동주가 없는 두산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입니다.

최향남도 타팀에서 영입을 고민해볼만한 선수입니다. 올 시즌 유독 마무리 투수들이 수난을 겪었기 때문에 최향남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훨씬 상승했습니다. 몸이 완전치 못해 풀타임 활약을 하지 못한 점, 그리고 나이가 많다는 점이 걸림돌이지만, 뒷문 불안 때문에 시즌 내내 고생한 LG에서는 구미가 당길만 합니다. 선발도 가능하고 스윙맨도 가능한 전천후 투수이기 때문에 몸상태만 좋다면 어느 팀에서든 제몫은 충분히 할 선수입니다. 하지만 롯데도 올 시즌 뒷문 불안 때문에 고생했던 팀이기 때문에 최향남을 쉽게 포기하지는 못할 듯합니다.

선발로 뛰면서 5승 8패, 경기당 5이닝을 간신히 넘긴 정도의 선발투수라면 사실 그다지 메리트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대진은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쌓은 관록으로 쉽게 무너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평균자책 3.58의 준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에이스가 아니기 때문에 FA 시장에서 인기가 없겠지만, 어느 팀에서든 4~5선발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발요원이 부족한 팀은 관심을 가져볼 수도 있겠습니다. KIA에서도 "타이거즈 왕조"를 경험했던 몇 안 남은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점에서 충분한 대우를 해주어도 될 것입니다.

이 외에도 이혜천, 손지환, 최동수는 타팀에서도 전력감이 될만한 예비 FA입니다. 그러나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영입에 나설 구단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3. 없다!


수비는 자타공인 국내 최고. 2007년에는 타격까지 업그레이드(타율 0.312)하면서 두번째 FA 대박이 예상됐던 박진만. 그러나 올 시즌 부상에 시달리며 최악의 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수비범위가 다소 좁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국내 최고의 유격수 수비 능력을 가진 선수이지만, 방망이가 너무 안 맞으면서 2군까지 다녀와야 했습니다. 현재 타율은 멘도사 라인에도 미치지 못하는 0.218. 두 번째 FA 대박은 사실상 힘들다고 봅니다.

현대에서 우리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잡음이 많았는데, 그 와중에 김수경은 KBO의 유권해석에 의해 올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취득하는 것으로 되었습니다. 그러나 부상 후유증을 떨치고 부활한 2007년과 달리, 올 해는 다시 잔부상에 시달리며 선발 로테이션에도 들지 못하고 있습니다(평균자책 5.55). 한 번 부상에 단단히 시달렸던 선수이기 때문에 또 다시 몸상태가 완전치 않다는 점에서 타팀이 선뜻 영입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김수경 개인으로서는 FA 자격을 얻고도 팀사정 때문에 권리행사를 미뤘던 것인데 결과가 이렇게 되어 안타깝습니다.

2006년 승률왕 전준호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실속이 있는 투수이지만, 선발과 불펜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면서 늘 마당쇠 역할만 하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겉으로 드러나는 기록이 나쁠 수밖에 없고, 올 해에도 확실한 보직 없이 평균자책 6.70의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연초 구단 인수 과정에서 선수단을 대표했던 선수 중 한 명이라 구단에 단단히 찍혀 있을 텐데, 성적까지 좋지 못하다보니 타팀으로의 이적은 물론이고 팀내에서도 충분한 대우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김상훈은 2007년 KIA 팬들에게 욕을 참 많이 먹었던 선수입니다. 투수리드나 도루저지 등 무엇 하나 똑부러진 것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예비 FA가 된 올 시즌, 정작 부상으로 시즌의 절반 이상을 날리며 사실상 FA 취득요건을 갖추지 못하게 되었지만, 반대로 그의 부재가 팀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때보다 절실히 드러났습니다. KIA가 그의 공백 때문에 전병두를 SK로 보냈을 정도였으니까요. 김상훈의 올 시즌은 FA로이드와 거리가 멀었지만, 내년에 공수에서 좀 더 각성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FA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외에도 가득염, 김동수, 문동환, 조원우 등이 예비 FA 명단에 올랐으나 실제 FA 취득요건을 충족시킬 선수는 가득염 김동수 정도만 해당될 것입니다. 두 선수 모두 나이와 올시즌 성적 등을 보았을 때 FA의 수혜를 얻기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예비 FA였던 박종호는 삼성에서 방출되면서 내년에 새 팀을 찾아야 할 처지인데, 상황이 그리 밝은 편은 아닙니다.

작년에도 조인성 이호준 등 대어급 선수와 조웅천 등 준척급 선수들이 여럿 FA 자격을 획득했지만 타팀으로 이적한 사례는 한 건도 없었습니다. 또한 공교롭게도 주요 FA 선수들의 올 시즌 활약은 기대에 비해 매우 실망스러운 것이 현실입니다. 이호준은 부상 때문에 시즌을 통째로 쉬었고, 조인성도 극심한 슬럼프로 2군에 들락거리며 주전 자리를 빼앗긴 상태이니까요.

이런 현실 속에서, 각 구단에서 더욱 FA 대박을 지양하겠다고 하니 올 시즌에도 의외로 스토브리그가 조용히 넘어갈 확률도 적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스포츠 시장의 특성상, 일단 한 곳에서라도 돈을 풀기 시작하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올 해는 유독 전력 불균형이 심하기 때문에 하위팀이 내년 시즌을 준비하면서 큰 맘 먹고 지를 가능성도 낮지는 않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