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t Analysis

이런 기록도 있다 - (10) 기대방어율

유피디 2008. 10. 21. 22:50
지난 포스팅에서는 두 가지 수정타율을 확인했습니다. 타율과 마찬가지로 방어율(평균자책)도 수정방어율이 있는데, 이번 포스팅에서는 그 중 한 가지를 소개할까 합니다.

우리가 흔히 수정방어율이라 부르는 것은 ERA+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파크펙터(구장효과)를 산출해서 재계산한 평균자책이기 때문에 아직 파크펙터를 계산하지 않은 상태에서 산출하기는 어렵습니다. 여기서 확인할 기록은 ERC인데, 정확한 명칭은 수정방어율이 아니라 기대방어율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아래 기록은 규정이닝의 절반(63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를 대상으로 뽑았습니다.

ERC는 빌 제임스가 고안한 기록인데, ERC를 뽑기 위해서 먼저 PTB(Pitcher's Total Base estimate)를 알아야 합니다.
PTB = { (피안타-피홈런)*1.255 + 피홈런*4 )*0.89 + (볼넷+사구)*0.475 }

즉, 피안타, 피홈런, 볼넷, 사구 등 투수가 출루를 허용한 것들에 대해 저마다의 가중치를 더해 "추정 피진루값"을 구하는 것입니다.

이제 ERC를 아래과 같이 계산합니다.
ERC = { (PTB*(피안타+볼넷+사구)) / (상대타석*투구이닝)*9 - 0.56 }

ERC도 몇 가지 계산방식이 있습니다. 특히 빌 제임스는 "고의사구 갯수를 알 수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산출방식을 나누어 정하고, "상대타석을 알 수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산출방식을 나누어 정하는 등 꽤 치밀하게 기록을 만들었습니다. 

(위 공식은 고의사구를 알 수 없고 상대타석을 알 수 있을 때의 공식입니다. 원래 마지막의 -0.56은 *0.75와 두 가지로 나누어 계산하는 변수가 또 있는데, 너무 복잡하게 만들면 보시는 분들이 머리에 쥐날 것 같아서 편의상 한 가지로 통일합니다. 정확한 공식대로 계산한 ERC와는 조금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 미리 말씀드립니다.)


ERC 상위 10명과 하위 5명입니다. 기대방어율이라는 것은, 결국 이 투수가 이 정도 출루를 허용했을 때 이 정도의 점수는 내줄 것으로 기대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평균자책보다 기대방어율이 높은 투수는 피출루에 비해 실점을 적게 틀어 막았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가령, ERC 최하위 심수창은 피출루 기록으로 보면 6.38 정도의 평균자책을 기대할 수 있는데, 실제로는 5.16으로 막았습니다. 즉, 주자를 내보낸 것에 비하면 실제 실점은 9이닝 기준 1점 이상 줄였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양훈은 기대방어율보다 실제 평균자책이 1.78 더 높습니다. 이것은 주자를 내보낸 것에 비하면 실점이 더 많았다는 뜻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대방어율이 평균자책이 높은 투수를 "운 좋은 투수"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혹은 "위기관리 능력이 좋은 투수"라고 할 수도 있겠죠.

그렇다면 올 해 가장 운이 좋았던, 혹은 위기관리 능력이 좋았던 투수는 누구일까요?


바로 심수창입니다. 2위와 압도적인 차이로 1위에 올랐습니다. 그 외 상위권의 투수들을 보면 팀의 주축 선발투수로 뛴 투수들이 여럿 보입니다. 단순히 운이 좋았다고 해야할지, 아니면 그만큼 위기관리 능력이 좋았다고 해야할지에 대한 개인적인 판단은 유보하겠습니다.

하위 5명 중에서는 불펜의 핵으로 활약한 유동훈 임태훈 이재영의 이름이 보입니다. 겉으로 드러난 평균자책이 썩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감독이 믿음을 가지고 꾸준히 기용한 것은, 이처럼 투구내용이 평균자책보다는 좋았기 때문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수정방어율(ERA+)은 파크펙터 정리 후에 다시 따져보겠습니다. 우선 다음 포스팅에서는 투수와 관련된 기록을 하나 더 살펴보겠습니다. 리그 평균보다 공헌도가 높은지 낮은지를 살펴보는 피칭런(PR)입니다.


- 인용한 기록은 아이스탯(www.istat.co.kr)을 토대로 계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