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창단 이래 최악의 성적으로 최하위를 헤매고 있다. 팀 최다 9연패를 간신히 끊은 뒤 다시 2연패, 5월 들어 12경기에 LG가 거둔 승리는 단 한 번뿐이다. 0.325의 승률은 팀 최초 최하위를 기록한 2006년보다도 더 낮은 수치이기에 LG가 느끼는 위기감은 상당하다. 위기의 LG, 과연 탈출구가 있을까?1. 전력보강의 방향4강 문턱에서 막판에 떨어져 5위로 시즌을 마친 2007 시즌, LG의 타력과 투수력을 비교하면 아래와 같다.
(괄호 안은 8개구단 중 순위. 클릭하시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LG의 팀타율은 전체 3위. 비록 홈런 등 장타가 부족하고 사사구를 골라내는 선구안이 좋지 못해 출루율이나 OPS 등은 높지 않았으나, 많이 뛰고 찬스 때 적시에 타점을 올리는 클러치 능력으로 준수한 공격력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투수력은 4강 문턱에 오르내리던 팀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참담한 수준. 드넓은 홈구장 덕분에 피홈런이 적었던 것만 훌륭했을 뿐, 안타도 많이 맞고 사사구도 많이 내준 대신 삼진은 적게 잡았다.
LG가 시즌을 마치고 발데스 대신 브라운을 선택했을 때 많은 이들이 "공격력 약화"를 우려했지만, 이런 스탯을 보고 나면 투수 보강을 선택할 수밖에 없던 것을 수긍할 수밖에 없다.
올 시즌 LG는 "2년 연속 10승투수" 브라운을 영입, 기존의 옥스프링과 박명환과 함께 1~3선발을 튼튼하게 갖췄다. 이름값을 하지 못했던 봉중근이 스프링캠프에서 신무기를 장착하며 노력했고, 신인 3인방의 가세로 싱싱한 어깨를 보강할 수 있었다. FA 최원호 류택현을 모두 잡았고, 풍부한 투수자원으로 클로저 우규민의 과부하까지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2. 전력보강의 결과2008년, LG는 3~4월의 28경기에서 12승 16패를 기록했다. 겉으로 드러난 성적은 아주 실망스러운 것은 아니었지만, 이미 투수력과 타력에서 모두 허점을 노출하며 약체로 분류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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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 타자가 빠졌으니 공격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 차이가 예상 외로 컸다. 안타도 홈런도 때리지 못했고, 사사구를 고르는 선구안도 부족했다. 대신 삼진은 많고 적시타는 적었으니 8개구단 중 가장 적은 득점을 기록한 것이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렇다면 투수력으로 그것을 만회했어야 하는데, 공격력의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공을 들인 투수력은 변함없이 형편없었다. 투수진들이 모든 부문에서 전년도보다 기록이 떨어진 것을 볼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브라운-최원호-박명환의 평균자책은 각각 6.23-6.38-8.61이다. 마무리 우규민 역시 평균자책 3.65로 좋지 못하다. 전력보강의 승부처였던 선발진이 무너진 이상 팀이 버틸 재간이 없는 것은 당연지사. 냉정히 말해서, 이 정도의 투타 스탯으로 4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했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이다.
그것의 속사정은 이렇다. 3~4월의 28경기 중 거의 절반인 13경기가 2점차 이내 승부였다. 여기서 LG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전력을 총동원해 7승을 거두었다. 정재복(1.59), 정찬헌(2.04) 두 선수만이 불펜에서 힘겹게 위기를 틀어막았고, 그 결과 1~2점차 내의 박빙의 승부를 펼칠 수 있었던 셈이다.
3. 믿는 구석의 붕괴투타 모두 바닥을 친 상태에서 몇 명의 선수만으로 장기전을 꾸려나갈 수는 없다. 결국 5월부터 LG는 약한 전력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내면서 최하위로 떨어졌다. 5월, 1승 11패가 현재의 LG 전력의 냉정한 현 주소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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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허약한 투수력은 더 허약해졌다. 평균자책이나 WHIP 등 대부분의 항목에서 시즌 초부터 8개구단 중 가장 뒤쳐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5월 들어 그 격차가 더욱 벌어진 것이다. 여기에는 "믿는 구석"마저 붕괴된 것이 뼈아팠다.
5월 들어 정재복-정찬헌의 평균자책은 각각 5.00-3.29이다. 정찬헌의 경우 선발등판을 제외하면 평균자책이 4.70으로 더욱 높아진다. 무리한 등판의 후유증이 벌써 나타나고 있는 셈. 선발 3명이 무너진 가운데 남은 2명의 선발 봉중근-옥스프링도 5월 들어 평균자책이 각각 5.85-8.00으로 페이스가 떨어졌다. 설상가상으로 박명환의 부상과 브라운의 퇴출로 선발 5명을 꾸리는 것 자체가 버거워진 상태.
4월에는 많은 부문에서 8개구단 중 최하위를 기록했던 타력이 평균 7위 정도로 올라서기는 했지만, 스탯 자체는 4월과 큰 차이가 없다. 단지 우리히어로즈의 극심한 타격 부진으로 인한 반대급부일 뿐.
결국 "믿는 구석"마저 무너진 LG는 1승 11패의 처참한 성적으로 5월을 보내고 있다.
4. 탈출구가 있을까?지금 LG는 최동수 박용택 권용관 3명의 줄부상으로 2군에서 갓 올라온 타자들로 라인업을 짜고 있다. 꾸준히 경기에 나오고 있지만 이종열과 조인성도 컨디션이 좋지 못한 상태. 결국 LG는 허약한 투수력에도 불구하고 대체용병으로 타자를 선택했다. 페타지니는 빠르면 다음주 정도부터 경기에 나설 수 있을 듯. 나이가 많고 3~4년간 멕시칸리그에서만 뛰었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은 반반이다.
페타지니를 빼면 이렇다할만한 전력 보강 요인이 없는 지금, 그렇다면 LG의 끝모를 추락에는 탈출구가 없는 것인가? 최근 5경기를 들여다보면 한 가지 탈출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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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경기에서 LG는 1승 4패를 기록했다. 그러나 승률만으로는 따질 수 없는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위 스탯을 보면 최근 5경기의 타율은 더 떨어졌으나 출루율이 4월보다 높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LG답지 않은 선구안의 변화로 인함이다. 5경기에서 LG는 8개구단 중 삼진을 가장 적게 당하고 사사구를 가장 많이 골랐다. 팀분위기가 좋았던 2007년에도 좋지 못했던 삼진-볼넷 비율이 크게 개선된 것이다.
이것은 김상현 이성열 등 삼진이 많은 타자들이 2군으로 내려간 대신 박용근 안치용 등 선구안이 좋은 타자들이 중용된 덕이다. 2군에서 갓 올라온 김태완 이병규 등이 기용됨에 따라 팀타율이나 RC/27 등은 더 떨어졌지만, 대신 많이 뛰고 끈질긴 승부를 펼치면서 오히려 더 많은 득점을 뽑은 것을 볼 수 있다.
투수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물론 각 부문의 최하위를 벗어난 것은 같은 기간 중 SK가 워낙 부진해서 덕을 본 것도 있지만, 피안타율이 전체 4위로 안정되기 시작했다는 점은 기억해둘 만하다. 여전히 사사구가 많아 위기상황을 스스로 만들고 있는 점은 고쳐지지 않고 있으나, "실점"을 제외한 나머지 부문은 작년 정도의 수준을 맞추어가고 있다. 물론 결정적으로 실점이 많기 때문에 패배하는 것이지만, 피안타에 비해 실점이 높은 것은 투수들의 위기관리 능력이 부족한 것이므로, 경험이 쌓이면서 개선될 여지가 충분히 있다.
5. 지금 필요한 건 뭐?
현재 LG의 가장 큰 문제는 몇몇 주축 선수들의 과부하이다. 정재복은 최근 5경기에서 WHIP 1.15의 나쁘지 않은 피칭에도 불구하고 평균자책 6.23으로 크게 무너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많이 얻어맞지는 않지만 결정적인 한 방을 허용한다는 뜻이다. 정찬헌 역시 마찬가지. 타선이 많이 무뎌진 우리히어로즈를 상대로 선발 호투했으나 최근 구위가 많이 떨어진 상태임은 분명하다.
타선에서는 조인성과 이종열이 무리하고 있다. 두 선수가 최근 5경기에서 때려낸 안타의 합계가 고작 3개. 시즌 초 무너진 타선 속에서 무리할 수밖에 없었던 고참 선수들의 컨디션 저하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최동수의 부상 역시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을 듯.
이렇듯 팀의 중심이 흔들리다보니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플레이에 활력이 없다. LG의 스탯만 놓고 본다면 5월에 최소한 3승 안팎을 올려야 마땅하지만, 고작 1승에 불과하다는 것은 패배에 익숙해진 정신력의 문제도 크다. 가령, 최근 5경기만 놓고 보더라도, 패배한 4경기 중 3경기가 박빙의 승부에서 경기 막판의 실점으로 무너진 경기였다.
그렇다고 해서 유망주들의 플레이가 신통치 않은 것도 아니다. 안치용은 어느새 주전급 기량을 보여주고 있으며, 박용근도 최근 2할대 후반의 날카로운 스윙이 인상적이다. 이범준은 최근 5경기에서 1점대 평균자책으로 불펜에서 제몫을 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활약이 결정적인 순간에는 위축된다는 것이 LG의 승률을 더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LG에 가장 필요한 것은 "정신력"이다. 이길 줄 아는 방법을 체득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 출루가 많이 늘고 있지만 잔루도 함께 늘고 있는 모습이나, 투수가 스트라이크를 제대로 던지지 못하는 모습은, 모두 결정적으로 "정신력" 때문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베테랑인데, LG는 베테랑을 줄줄이 쫓아내거나 은퇴시킨 이순철 감독 시절의 후유증을 지금 톡톡히 앓고 있는 셈이다.
6. 위기는 기회다.
냉정히 말해서, 지금 LG의 전력으로 4강 안에 드는 것은 무리이다. 하지만 LG도 지금이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선수층이 얼마나 얇았는지를 실감하게 될 계기가 될 것이다. 적어도 이런 홍역을 겪었기 때문에, 과거처럼 노장을 강제로 쫒아내고 유망주를 어이없이 트레이드하는 사례는 없을 것이다.
위기는 기회다. 안치용 박용근 김태완 이범준 장진용 등이 이 기회에 실전경험을 많이 쌓고, 또 그들이 2군에 내려가더라도 2군의 경기력을 끌어올려주면서 팀의 선수층을 두텁게 만들 수 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도 되는 것이고 백업도 풍성해지는 것이다. 이것은 인위적으로 하려고 해도 쉽지 않은 변화이다. LG가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삼는다면, 적어도 내년 이후에는 조금 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 인용한 기록은 아이스탯(
www.istat.co.kr)을 참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