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9일 사직구장에서 KBS 예능프로 <해피선데이 - 1박2일>이 무리한 촬영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지정석 수십개를 비워둔채 관중의 통행을 통제하고, 클리닝타임의 무리한 공연으로 경기의 진행까지도 매끄럽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해피선데이> 제작진은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나중에 뉴스를 보고 당시 경기의 영상을 찾아보았는데, 야구팬의 한 사람으로서 참 어이가 없었다. 표를 보여주는 관중을 막아선채 "저 쪽으로 돌아가라"며 쫓아내는 경호원, 만원 사직구장에 "섬"처럼 느껴지는 텅 빈 지정석 등은 도를 넘어섰다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클리닝타임의 긴 공연으로 투수들의 어깨가 식어 6회부터 선발투수들이 힘들어했다는 결과는 "1박2일이 경기를 존중하지 않은채 촬영을 위해 경기를 훼방놓은 것"이라는 개인적인 결론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었다.
제작진의 사과문에 의하면, 텅 빈 관중석은 자신들이 예매한 것이라 했다. 그러니 촬영 때문에 만원 관중이 피해를 본 것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사과문을 보니 뭔가 이상하다. 지정석 3열 1~52번 좌석을 예매했다는 제작진의 해명과 달리, 당시 경기의 동영상에는 그보다 훨씬 많은 좌석이 텅 비어있었기 때문이다.
보시다시피 1박2일 멤버들 앞에는 촬영 스태프가 2~3줄을 차지하고 있고, 그 뒤로는 4~5줄이 텅 비어있다. 사직구장 지정석 배치도에 따르면, 여기 3열은 총 308석인데, 통로의 경계까지가 총 104석이다. 그러니까 52석을 예매했다는 제작진의 해명은 지금 사람들이 앉아있는 절반까지의 좌석을 이야기하는 것이고, 그 뒤에 텅 비어있는 나머지 절반의 좌석에는 해당사항이 없음이다.
▲ 롯데 구단이 배포하는 사직구장 지정석 배열도 중
관중의 통행을 제지한 부분에 대한 해명도 마찬가지이다. 위치를 묻는 사람에게 길을 안내하는 경호원이 끝까지 통로를 막고 있는 팔을 치우지 않고 있다. 또한 관중이 "내 자리가 저 곳"이라며 분명히 손짓으로 지적하는 장면이 촬영되었고(자리를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 경호원도 그 쪽을 쳐다보더니 "저 쪽으로 돌아서 들어가시라"며 옆으로 보내는 모습이 잡혔다.
▲ 내 자리가 저 곳이라고 분명히 가리키는 관중과 제지 중인 경호원
그러니 <해피선데이> 제작진의 해명은 솔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잘못은 없지만 철저히 준비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식의 사과문은 더욱 공허하게 느껴진다. 이들이 얼마나 프로야구를 사랑해서 사직구장을 찾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야구와 야구팬보다 자신의 프로그램이 더 우선이었던 것만은 분명해보이기 때문에 어떤 변명을 둘러대든 명백한 민폐를 끼친 것이다.
롯데의 홈경기에서 한화의 구단송이나 다름없는 "무조건"을 불렀다는 것은 애구 매니아가 아니라면 모를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이해한다. 그러나 반대로 이야기하면, 그렇게 평소에 야구에 대한 진지한 애정이 없이 단지 올림픽 금메달과 관중 흥행에 편승해 프로그램을 제작하려는 자세까지는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이해하기 어렵다.
이 날 촬영된 장면이 방송되는 날, <해피선데이> 제작진은 명백한 잘못에 대해 야구팬에게 솔직하게 사과해야 할 것이다. 홈페이지에 올린 사과문처럼 "야구장의 주인이 야구팬"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 자신들의 행동이 야구장의 주인에게 얼마나 큰 결례를 범한 것인지 모르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변명으로 일관된 형식적인 사과문도 결코 잘 한 것이 아니라는 점도 스스로 깨달을 수 있으리라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