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포수와 야수의 수비 기록을 살펴보았고, 이번에는 투수의 수비 기록을 살펴보겠습니다. 투수의 일반적인 필딩율 외에 투수만의 수비 능력이라고 따질 수 있는 대표적인 것이 견제능력이고, 요즘에 계산하기 시작한 것으로 투수의 도루저지율도 있습니다.
도루를 허용하는 것이 포수만의 문제가 아니라 투수의 퀵모션이나 견제능력도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투수의 도루저지율도 따져보기 시작했습니다. 견제사를 잡아내는 것도 마찬가지의 맥락에서 투수의 중요한 능력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이하 모든 기록은 63이닝(팀경기수의 절반) 이상 투구한 모든 투수를 대상으로 합니다.
1. 투수 도루저지율 = { 도루저지 / (도루허용+도루저지) }
투수의 도루저지율을 구하는 방식은 포수와 같습니다. 해당 투수가 투구하는 동안 상대 주자가 도루한 것을 허용한 것과 저지한 것을 가지고 백분율로 구합니다.
전병호는 단 1개의 도루도 허용하지 않았고, 상위 5명 중 4명이 좌투수일만큼 좌완이 주자를 견제하는 것이 훨씬 유리합니다. 그리고 견제사로 주자를 잡아낸 경우까지 도루저지로 보았을 때는 "견제의 달인" 봉중근의 순위가 10위에서 3위로 훌쩍 높아집니다.
앞서 주전 포수들의 도루저지율을 정리했을 때 히어로즈와 KIA의 포수진의 저지율이 썩 좋지 못한 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상위 5명 중 3명이 이 두 팀 소속이라는 점은 아이러니입니다. 이것은 장원삼 마일영 양현종의 퀵모션이 유난히 빼어나거나, 아니면 소속팀의 다른 투수들의 퀵모션이 유난히 느리거나, 둘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참고로, 포수들의 경우도 도루저지율 3위 조인성이 실제 도루 허용은 가장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는데, 마찬가지의 차이가 발생하는지 확인해보기 위해 투수들도 도루 시도와 허용만 따로 정리해보았습니다.
도루허용의 이닝별 평균을 계산하면 가장 적은 도루를 허용한 것은 물론 단 1개의 도루도 허용하지 않은 전병호, 가장 많은 도루를 허용한 것은 손영민입니다. 9이닝을 던진다고 가정했을 때 손영민은 2.25개의 도루를 허용하는 셈입니다. 상대적으로 투구폼이 큰 잠수함 투수라고 하지만 좀 더 보완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상대 주자들이 도루 시도 자체를 가장 꺼렸던 투수는 양훈, 평균 도루 시도가 가장 많았던 투수는 손영민입니다. 물론 도루 시도의 평균횟수만 가지고 투수의 퀵모션을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가령 중간계투 투수의 경우 경기 결과가 어느 정도 결정된 후에 등판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주자들이 도루 시도를 자제하는 것(도루를 하더라도 비매나 플레이에 무관심 도루이므로)이 반영될 것입니다.
그런 부분을 감안하면 도루 저지 능력이 가장 뛰어난 투수는 선발로 많은 이닝을 소화했던 봉중근 마일영 장원삼 전병호 등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2. 견제사
위에서 잠깐 언급하기는 했지만, 견제사 부분만 따로 순위를 뽑아보았습니다. 견제사가 가장 많은 투수는 물론 봉중근(6개). 그 다음으로 가장 많은 견제사가 2개일 정도로 사실 견제사가 자주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총 견제사 숫자로 순위를 뽑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되어 "견제사/9회" 기준으로 순위를 뽑았습니다.
이닝 제한을 두지 않고 모든 투수를 대상으로 한다면 봉중근보다 평균 견제사가 많은 투수가 5명(조현근-권오원-노환수-스코비-안영명) 있습니다. 하지만 적은 표본까지 정리하면 더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 63이닝 기준을 유지했습니다. 그 결과는 위와 같구요. 봉중근이 으뜸이라는 것 외에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3. 폭투 & 패스트볼(포일)
포수의 기록을 정리할 때 폭투와 패스트볼을 언급한바 있습니다. 그 때 확인했듯이 패스트볼보다는 폭투가 더 많습니다. 폭투도 일종의 투수의 실수이므로 함께 정리해보았습니다.
여기서는 폭투와 패스트볼이 많았던 순으로 정리합니다. 그러니까 순위가 높을수록 안 좋은 것이라는 뜻이겠죠.
대개 강속구 투수들의 폭투가 많은 편이었습니다. 포수들의 기록에서 폭투+패스트볼이 한 경기에 평균 0.3~0.5개 정도였던 것에 비해, 이 투수들의 폭투는 확실히 좀 많은 편입니다. 10명 중 토마스와 양훈은 패스트볼이 가장 많은 투수이기도 합니다. 포수의 도움이 부족했다는 뜻이지요.
폭투와 패스트볼이 단 한 개도 없었던 투수는 5명(송진우-손영민-유동훈-송신영-김원형)입니다. 물론, 폭투와 패스트볼은 타자 또는 주자가 진루한 경우에 카운트됩니다. 주자 없을 때 투구가 뒤로 빠지는 경우는 그냥 볼로 기록될 뿐입니다.
이 외에도 투수와 관련된 기록으로 보크가 있으나, 보크에 인색한(?) 국내 특성상 별다른 의미가 없습니다. 참고로, 올 시즌 보크가 가장 많았던 투수는 이범석(3개)입니다.
이것으로 투수와 관련된 수비 기록의 정리를 마치겠습니다. 다음 포스팅부터는 타격 기록입니다. 우선은 공식 기록은 아니지만 보편적으로 인용되는 IsoP GPA 등의 기록부터 시작하겠습니다.
- 인용한 기록은 아이스탯(www.istat.co.kr)을 참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