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투수들의 도루 저지율을 정리하다가 저지율 상위권이 대부분 좌투수, 하위권에 잠수함 투수가 많은 것을 보면서, 역시 "좌투수가 주자 견제에 유리하다"는 속설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통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자료를 찾아보니 역시 그렇더군요.
8개구단의 평균 도루 저지율이 0.318인데, 좌투수일 때는 0.396까지 높아집니다. 반면 잠수함 투수일 때는 0.281으로 떨어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좌타수일 때는 도루 시도도 줄어들고, 그래서 도루허용도 9이닝 기준 평균으로 0.73번입니다. 반면, 잠수함 투수는 도루 시도도 늘어나고, 도루허용도 9이닝 기준 평균으로 1.22까지 높아집니다.
투구폼이 큰 잠수함 투수의 퀵모션이 좋지 못하기 때문에 주자들이 더 마음놓고 뛰는 반면, 1루주자를 계속 감시(?)할 수 있는 좌투수를 상대로는 주자들의 움직임이 묶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겠지요.
혹시 좋은 포수가 있는 팀에 좌투수가 많아서 평균에 영향을 준 것이 아닐까 싶어 팀별로도 자료를 모았습니다.
보시다시피 팀별로 차이는 있습니다만 대개 좌투수의 저지율이 높고 잠수함 투수의 저지율은 낮게 나타나는 편입니다. 특히 히어로즈의 좌완들은 정말 무섭네요. 우투수와 좌투수의 투구이닝이 거의 비슷한 팀도 히어로즈가 유일한데, 도루저지율이 평균보다 살짝 높은 팀에서 도루허용은 꽤 적은 편으로 나타는 것이 이 좌투수들의 힘입니다. 삼성도 히어로즈 못지 않게 좌투수의 견제능력이 뛰어나네요.
좌투수가 오히려 저지율이 우투수보다 낮은 팀은 한화와 LG입니다. LG는 봉중근이라는 "견제의 달인"을 보유하고서도 저지율이 우투수보다 떨어지는데, 봉중근을 제외한 나머지 4명의 좌완(오상민 이승호 김재현 류택현)의 저지율이 상당히 나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4명 합계 : 도루저지율 0.133)
그리고 여기서 또 한 가지의 흥미로운 사실은 두산에 실전용 잠수함 투수가 사실상 없다는 사실입니다. (등판투수는 고창성이 유일합니다.) 한 때는 바뀐 스트라이크존이 잠수함 투수에게 이점이 있다고 하여 잠수함 투수들이 유행을 이루기도 했지만, 올 시즌에는 SK와 히어로즈 정도가 잠수함 투수를 적절히 활용하였습니다. KIA도 투구이닝은 많지만 유동훈 손영민 두 사람에게만 의존한 것이고, 그 결과 잠수함 투수의 도루 허용이 8개구단 중 으뜸으로 나타났습니다. LG는 잠수함 투수의 저지율이 무려 100%인데, 투구이닝에 비해 도루 시도 자체가 별로 없어서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습니다. (LG에 4명의 잠수함 투수가 나왔지만 박석진 김수형 김회권은 사실상 패전처리였고, 우규민 혼자 던진 것이나 다름없다고 해도 무리가 아닐 것입니다.)
- 모든 투수를 다 알 수는 없기 때문에 투수유형은 KBO 홈페이지의 프로필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송신영처럼 가끔 투구폼을 바꾸는 타입의 투수는 프로필에 나온 유형으로만 분류됩니다. 그리고 좌완 잠수함 투수가 한 명 있는데, 편의상 좌완으로 구분했습니다.
- 단, KBO 프로필에 우투로 나오는 다카쓰는 언더로 분류했고, 프로필에 언더로 되어 있는 신윤호는 SK 입단 후 정통파로 다시 바뀌었기 때문에 우투로 분류했습니다.
- 시즌 중 팀을 이적한 투수가 전병두 이재영 2명입니다. 두 선수의 기록은 트레이드 이전과 이후로 구분하여 양쪽 소속팀에 각각 반영했습니다.
그리고 정리하는 김에 외국인 투수와 국내 투수의 주자 견제력에 차이가 있는지도 확인해볼겸 도루 저지율을 나눠보았습니다.
한 : 국내 투수 / 컴 : 해외파 출신 투수 / 외 : 외국인 투수
흔히 외국인 투수들은 아시아의 작전 야구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주자 견제에 있어서는 오히려 국내 투수들보다도 양호합니다. 반면, 해외파 출신 컴백 투수들(서재응 김선우 봉중근 송승준 이승학 조진호 최향남 정민태 정민철 구대성, 이상 10명)의 도루저지율은 평균보다 훨씬 떨어지는 편입니다.
외국인 투수들을 상대로 주자들이 더 활발히 도루를 시도했으나, 결과적으로 도루를 허용한 수치는 국적에 관계없이 거의 비슷합니다.
- 모든 기록은 아이스탯(
www.istat.co.kr) 자료를 참고해 계산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