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펙터를 계산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구장에 따라 도루에 유리한 구장이 있지는 않겠지만, 주자가 도루하기에 유리한 조건은 있을 수 있다, 고 말이죠.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SK 선수들은 도루 시 박경완의 도루저지를 받을 일이 절대 없습니다. 도루저지율 최고의 포수가 자신의 도루를 막지 않는다는 것, 분명히 도루하는 입장에서는 큰 메리트입니다.
이런 식으로 상대팀의 도루저지율을 근거로 도루의 난이도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난이도라는 표현이 좀 어색하기는 하지만, 실패확률이 높은 것이 결국 난이도가 높다고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게 표현을 했습니다. (정확한 데이터 산출을 위해서는 도루 상황마다 상대팀의 상대포수까지 알아야겠지만, 그 정도 데이터를 취합하기는 무리가 있기 때문에 상대팀의 도루 저지율을 가지고 계산해봤습니다.)
먼저 팀별 도루저지율은 아래와 같습니다.
이것은 모든 출전 포수를 대상으로 해당 팀의 도루저지율을 산출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SK를 상대로 도루하는 주자는 38.2%의 살패확률을 안고 뛴다는 뜻이 되는 것이죠. 만약 SK의 한 선수가 나머지 7개팀을 상대로 10번씩 도루 시고를 한다면, 이 70번의 도루시도에 { ( 0.238*10 + 0.304*10 + 0.311*10 ..... ) / 70 } 의 실패확률을 안고 뛴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실제 한 선수의 데이터를 가지고 정리해보겠습니다. 도루 1위 이대형 선수의 데이터입니다.
이대형 선수가 상대한 7개구단의 도루저지율을 감안했을 때, 이대형 선수는 78번의 도루 시도에서 72.6%의 성공율로 56~7개의 도루를 성공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80.8%의 높은 성공율로 63개의 도루를 성공했으니, 상대팀의 도루저지 능력을 감안했을 때 아주 만족스러운 성과를 올렸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올 시즌 도루 15개 이상을 성공한 23명을 위와 같은 방법으로 기대성공율을 뽑아봤습니다.
기대성공율이 가장 낮은 선수, 즉 상대팀의 도루저지율을 감안했을 때 확률적으로 가장 도루 실패 가능성이 높았던 선수는 김원섭입니다. 반대로 확률적으로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았던 선수는 박재상과 최정, 그리고 근소한 차이로 정근우가 뒤를 잇습니다. SK 선수들의 기대성공율이 높다는 것은, 역시 박경완을 상대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때문일 것입니다. 그만큼 훨씬 수월한 상태에서 베이스를 훔칠 수 있었다는 것이죠.
이러한 기대성공율과 실제 도루성공율을 비교해보았을 때, 가장 놀라운 성취도를 보인 선수는 조성환입니다. 기대치보다 무려 19.2%나 높은 도루성공율을 기록했습니다. 그 외에도 이종욱 조동화 클락이 10% 이상 더 높은 도루성공율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가장 성공율이 떨어졌던 선수는 전준호입니다. 확률적으로 73.1%의 성공율을 기대할 수 있었으나 실제로는 59.3%의 성공을 기록했으니 상대팀의 저지능력에 견주어 도루실패가 유독 많았던 셈입니다.
그러면 이런 식으로 기대성공율보다 실제 도루성공율이 높음으로 인해 얻은 추가 도루는 몇 개나 될까요?
이종욱이 무려 8개의 도루를 추가로 얻어낸 셈입니다. 이대형도 기대치만큼만 도루를 했다면 60도루 고지는 넘지 못했을 것입니다. 반면, 실제 도루성공율이 기대성공율보다 낮기 때문에 오히려 도루 갯수를 까먹은 선수들도 있습니다. 가장 많이 까먹은 선수가 정근우. 거의 4개 가까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물론 이런 "데이터 놀음"은 어디까지나 결과를 가지고 가공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습니다. 다만, 구장이 작으면 홈런 치기 더 유리하다는 식의 일반적인 생각과 마찬가지로, 상대팀의 저지율 차이에 따라 도루하기에 더 유리하다는 비슷한 범주의 정리라고 보아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인용한 기록은 아이스탯(www.istat.co.kr)을 참고하여 계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