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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구단 시즌 3/4 경과 스탯 리포트

각팀별로 100여 게임을 치르면서 시즌의 3/4가 지났습니다. 상위권은 상위권대로, 중위권은 중위권대로, 순위가 뒤죽박죽이 되면서 아주 흥미진진한 가을야구 싸움을 벌이고 있는 프로야구. 현재까지의 기록을 투타별로 정리하여 모았습니다.

보시는 방법은 기존과 같습니다. 붉은 계열 바탕은 평균보다 양호, 푸른 계열 바탕은 평균보다 안 좋은 것이고, 괄호 안의 숫자는 해당 부문의 순위입니다. 빨간색은 8개구단 중 1위, 파란색은 8개구단 중 최하위인 경우를 표시한 것입니다. 그리고 희생타는 편의상 색깔을 구분한 것이니 큰 의미를 부여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모든 이미지는 클릭하시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8월 12일까지의 스탯 기준으로 정리하면 위와 같습니다. 선두까지 치고 올라간 KIA의 투수력의 무시무시함을, 그리고 그 정반대의 위치에서 한화 투수력의 답답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투수력은 팀순위에 따라 어느정도 비례하여 정렬이 되는데, 타력은 여전히 뒤죽박죽입니다. 심지어 1위팀 KIA의 팀타율은 8개구단 최하일 정도이니 말입니다.

4위싸움을 벌이는 세 팀의 경우, 삼성과 히어로즈가 공격력을 앞세우고 있는 반면, 롯데는 상대적으로 투수력에 장점이 있습니다. 롯데의 경우 시즌초 까먹은 스탯을 만회하는 중이라 4강권에 어울리지 않는 색분포를 볼 수 있는데, 반대로 이야기하면 그만큼 단기간 내에 몰아쳐서 4강 턱밑까지 올라선 저력이 대단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겠네요.

하위권으로 내려선 LG와 한화는 사실상 올 시즌 커다란 반전을 보여줄 확률은 높지 않다고 봅니다. 두 팀 모두 화끈한 타력이 장점이었으나 그보다 심각한 투수력 때문에 성적이 좋지 못했는데, 갈수록 타력마저도 힘이 빠지고 있는 중입니다.


세부적인 내용은 팀별로 살펴보겠습니다. 기존에 정리했던 자료를 순서대로 팀별로 모았습니다. (올스타브레이크 때 자료정리까지는 했는데 시간이 없어서 글을 쓰지 못했었습니다. 아래 팀별 파일에는 올스타브레이크 때 정리했던 스탯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먼저 평균입니다.


위에서 아래로 갈수록 최신 데이터입니다. 조금씩 득점/실점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유독 부상자들이 많은 시즌이다보니 에이스 투수의 이탈도 종종 보이고, 덕분에 타자들의 기세가 더욱 드세집니다.


팀순위 1위로 올라선 KIA의 스탯입니다. 시즌이 흘러갈수록 팀순위가 올라가는 것을 보세요. 정말 올 해 KIA의 저력은 아주 무섭습니다. 물론 가장 큰 원동력은 타팀을 압도하는 투수진입니다. 용병 농사도 대성공, 젊은 유망주의 포텐셜 폭발, 주전 마루리가 빠져도 티가 나지 않는 튼튼한 투수진은, 사실상 거의 전부문에서 1위의 힘을 보여줍니다. 기록상으로는 여전히 투타의 불균형이 심각하지만(1위팀이 팀타율 꼴찌라니요!), 작년과 몰라보게 달라진 장타력, 그리고 뛰어난 응집력이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이용규 김원섭 등 부상선수까지 복귀하면서 짜임새도 더욱 좋아졌죠.


두산은 정말 시즌 내내 꾸준합니다. 투타 모두 안정적인 전력이 균형을 이루고 있고, 수비도 안정되어 있습니다. 넓은 잠심을 홈으로 쓰다보니 장타력이 조금 떨어지고, 이종욱 고영민의 부상으로 인해 트레이드마크인 발야구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화끈한 중심타선의 화력으로 이를 충분히 만회하고도 남습니다. 선발투수진이 타팀보다 크게 빼어나지 못하지만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켜가며 난타를 당하지 않는 것이 장점이고, 불펜의 질과 양이 월등하기 때문에 선발진의 단점이 전혀 표가 나지 않습니다.


SK가 3위까지 떨어진 것은 좀처럼 보기 힘든 일입니다만, 박경완 김광현 채병용 등 핵심전력의 부상 앞에서는 "야신"도 좀처럼 수를 쓰지 못하고 있네요. 기록상으로 보면 어디 하나 아쉬울 곳 없는(딱 하나 꼽자면 에러가 많다는 것) 전력이건만, 스탯으로 드러나지 않는 집중력 등의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아무튼 분명한 것은, 투타 모두 타팀이 범접조차 할 수 없었던 작년의 SK는 아니라는 점이겠지요.


삼성의 4강 본능! 한때는 7위나 다름없는 공동 6위까지 떨어졌던 삼성이 다시 4위로 올라와 있습니다. 상승세를 이끄는 것은 투수들보다는 타자들, 특히 단체로 2년차 징크스에 시달리는 것처럼 보였던 최형우 채태인 등이 살아나면서 시즌 초의 활발한 공격력이 되살아났습니다. 공동 6위까지 떨어졌을 때 8개구단 중 가장 득점이 적은 "변비타선"이었는데, 어느새 "눈야구"를 동반하고서는 평균득점을 0.6점이나 끌어올리며 상위권으로 올라섰습니다. 반면 투수력은 여전히 확실한 반전을 잡지 못하고 있으며, 정현욱 권혁 등 불펜의 부하가 여전히 심한 편입니다. 삼성이 안정적인 4위를 유지하려면 크루세타 윤성환 외에 선발이 더 분전할 필요가 있겠죠. 대체용병 나이트의 역할도 커졌습니다.


색깔로만 본다면 하위권에서 헤매고 있을 것 같은데, 롯데는 지금 당당히 4강싸움을 벌이고 있는 중위권 팀입니다. 작년만 해도 홈런과 도루가 많은 팀이었는데 올 해는 둘 다 주춤한 모습이구요. 홈런과 도루가 동시에 주춤하다보니, 타선은 시즌 초에 비해 활발해지고 있지만 결정적인 동력을 얻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대신 투수들은 손민한 복귀 이후 점차 안정을 찾아 이제 거의 전부문에서 평균 언저리의 자리까지는 올라왔습니다. 로이스터 감독이 작년에는 2군 선수들을 많이 기용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올해는 시즌 초의 부진 때문에 유망주도 기회를 많이 얻었고, 그러면서 팀 순위도 올라가 선수층이 더 튼튼해지는 효과는 거두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히어로즈의 공격력은 두산이나 SK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대단합니다. 심지어 도루까지 8개구단 최다, 어느새 "발야구"를 완전히 터득해버렸네요. 홈런은 한화에 이어 2위, 출루율도 좋아서 OPS는 전체 1위에 해당됩니다. 반면 투수진은 선수들의 이름값에 비해 아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합니다. 장원삼 마일영이 아직도 컨디션이 완전하지 못하고, 뒷문지기는 뚜렷한 임자가 없다가 최근에서야 이보근이 주로 클로저를 맡고 있는 형편입니다. 아무래도 공격 친화적인 목동구장을 홈으로 쓰는 것이 투수들에게 마이너스가 되는 부분도 있었겠지만, 아무튼 히어로즈가 장원삼 마일영 황두성 김수경 등 주축 투수들이 자기 몫만 해주었다면 4강은 안정권이 아니었을까요?


2위까지 올라갔던 LG, 이제 7위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나마 타력으로 버티던 팀이었지만 결국 타력도 시즌 중반을 넘어서면서 힘이 빠지는 모습입니다. "눈야구"도 한풀 꺾여서 출루율도 하향 추세에 있고, 평균득점도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투수진은 사정이 더 나쁜데, 부상 당하는 투수는 많아도 제 컨디션으로 복귀하는 투수는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남은 투수들이 억지로 틀어막고 있는 형편인데, 덕분에 선발과 불펜 모두 과부하가 심하게 걸려서 추가 부상까지 염려되는 지경이지요. 올 해 한화의 투수력이 워낙 나빠서 티가 덜 나는 것일뿐, 올 해 LG의 투수진의 스탯은 새파랗게 도배된 작년에 비해 전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팀 평균자책은 6점에 육박하고, 팀피안타율은 3할에 육박합니다. 유일하게 남은 에이스 류현진도 빨간불이 켜진 상태. 올 해 한화의 투수력은 더 나빠질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처참하게 무너졌습니다. 투수력이 약해도 공격력, 특히 장타력으로 커버하던 팀컬러도 김태균 이범호 김태완의 부상 앞에서는 힘을 쓸 수가 없는 노릇이죠. 결국 공격력까지 꾸준히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고, 홈런은 여전히 8개구단 최다이지만 피홈런이 그것보다 많다는 점도 무시할 수는 없어 보입니다. 도루와 도루허용 역시 극단적인 불균형이 시즌 내내 개선되지 못했습니다.


LG와 한화 모두 화끈한 공격력이 있는 팀이기 때문에 "고추가루 부대"로서 더할나위 없는 조건을 갖추고 있죠. 과연 남은 경기에서 이 두 팀이 얼마나 순위에 영향을 줄 것인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구요. 다만, 두 팀 모두 올 해로 감독의 계약이 만료되는데, 혹시라도 재계약 때문에 무리수를 두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결국 시즌이 막바지에 가까워질수록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명제가 더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올해 유독 주축 선수의 부상이 많은 편이다보니 백업 선수층이 얼마나 튼튼한가도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4위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다툴 3개 구단 중 가을야구 티켓을 누가 손에 얻느냐는 것도 이 두 가지 변수에서 승부가 갈리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 모든 기록은 아이스탯(www.istat.co.kr)을 참고했습니다.



8개구단 시즌 1/2 경과 스탯 리포트

벌써 시즌의 절반이 지났습니다. 올 해는 순위다툼도 재밌고 볼만한 경기도 많이 나오는 대신, 부상이나 오심 등 불미스러운 사건도 더 많아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반환점을 돈 2009프로야구의 8개구단 투타부문 스탯입니다.

늘 그렇듯, 붉은 계열은 평균보다 양호한 것이고, 푸른 계열은 평균보다 안 좋은 것입니다. 그리고 빨간색과 파란색은 각 부문의 1위와 8위를 뜻합니다. 괄호 안의 숫자는 해당 부문의 해당 팀의 순위를 뜻하며, 희생타는 편의상 순위를 매긴 것이니 크게 의미를 두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모든 이미지는 클릭하시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투수 부문 스탯은 대부분 상위 3개팀이 나눠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타자 부문 스탯은 대부분 4~5위 2개팀이 나눠서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리할 때마다 순위가 요동을 치네요. 상위팀은 상위팀대로, 중하위팀은 중하위팀대로 순위 싸움이 아주 치열합니다. 그리고 초반부진했던 KIA-롯데-히어로즈가 차례차례 올라가는 사이 어느새 삼성과 한화가 아래 쪽으로 내려왔습니다. 4위부터 공동 6위까지 4개팀의 승차가 불과 2경기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후반기에도 순위는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입니다.

단, 타고투저가 심해지면서 각팀의 투수력의 차이가 벌써부터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는데, 상위 3개팀의 평균자책이 3점대, 삼성이 4점대, 나머지 4개팀은 5점대입니다. 이 정도로 편차가 심하기 때문에 과연 특별한 변수 없이 중하위 5개팀이 상위권으로 올라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한화와 삼성의 반전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삼성은 상대적으로 투수력이 더 강하고, 한화는 김태균이 다시 복귀하면 타력이 훨씬 더 강해질 것이기 때문이죠. 마지막까지 두고봐야겠지만, 아마 4위 싸움이 어느 때보다 치열한 시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세부적인 내용은 팀별로 스탯을 정리해서 조금 더 살펴보겠습니다. 아래 자료는 제가 이번 시즌 들어 같은 방식으로 스탯을 정리한 것을 팀별로 함께 모은 것입니다. 위에서 아래로 갈수록 최신 데이터입니다.

평균부터 보겠습니다.


위에서 아래로 갈수록, 그러니까 시즌이 지날수록 점점 타고투저의 양상이 심해집니다. 이것을 염두에 두고 팀별로 스탯을 보도록 하죠.


두산은 SK와 KIA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여전히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투수력, 타력, 수비력 모두 톱클래스 수준이죠. 다만 최근 들어 두 가지가 꺾인 것을 볼 수 있는데, 하나는 장타력이고 하나는 도루입니다. 최준석과 김동주의 부상으로 인해 장타력이 줄었고, 이종욱과 고영민의 부상으로 인해 도루도 예년만 못합니다. 특히 도루 부문에서 두산이 평균 이하가 된 것은 아마 이번이 처음 아닌가 싶습니다. 아무튼, 그 많은 부상 선수들 속에서도 꾸준한 스탯을 유지하는건, 그만큼 팀의 선수층까지도 더 두꺼워지고 있다는 반증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몇년째 두산과 SK가 양강 체제를 유지하는데, 두산이 SK보다 백업이 약하다고 했다면 이제 그 약점까지 보완이 되어간다는 것이죠.


SK는 무승부가 가장 많아서 승률에 손해를 많이 봤습니다. 여전히 투타 모두 골고루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만 놓고 본다면 피출루가 크게 늘지 않았음에도 실점이 늘었고, 팀타율이 떨어지지 않았음에도 득점은 줄었습니다. 전체적으로 팀의 전력은 튼튼하지만 집중력이라고 해야 할지, 아무튼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무엇이 조금 틀어진 느낌입니다. 그리고 시즌 내내 최다 도루는 놓치지 않네요.


KIA의 극심한 투타 불균형은 조금씩 나아지나 싶더니 다시 타선이 주춤하네요. 최희섭 김상현이 타선의 파워를 끌어올리다가 최근 동반 부진에 빠졌고, 이용규가 부상 중인 상태에서 김원섭마저 지병으로 2군에 내려갔습니다. 최근에는 김선빈도 부상. 하여튼 KIA는 다른 것 다 제쳐두고 부상이 가장 큰 숙제입니다. 자꾸 부상자들이 생기고 팀 엔트리가 들락날락하다보니, 좋은 투수진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두산 SK에 한끝이 모자르네요. 실책도 점점 많아지더니 어느새 8개구단 최다 실책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자책점은 가장 적은데, 실점은 세번째로 적습니다.


최근 25경기를 치르는 동안 팀타율 2푼이 올라갔고 평균자책 0.5 정도가 떨어졌습니다. 그 사이 순위도 8위에서 4위로 수직상승. 최근 히어로즈의 상승세가 정말 무섭습니다. 김동수 플레잉코치가 경기에 뛰기 시작한 후부터 선발진이 조금씩 자리를 더 잡고 있고 무엇보다 불펜이 훨씬 안정되면서 투수력이 튼튼해졌고, 한 번 터지면 끝장을 보는 타선은 요즘 아주 끝장을 보고 있습니다. 팀OPS 1위. 팀홈런은 한화에 이어 2위이지만 장타력은 8개구단 최고라고 해도 될 정도의 포스입니다.

 

LG는 여전히 화끈한 공격야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팀타율 팀출루율 1위. 최다안타와 최다득점. 삼진이 가장 적고 볼넷은 가장 많은 "눈야구". 하지만 문제는 투수죠. 시즌 절반이 지나도록 개선이 되기는커녕 점점 나빠지고 있네요. 평균득점보다 평균실점이 더 많습니다. 아무리 타자들이 벌어와도 4강이 힘겨운 이유가 이것이죠. 이제 복귀할 선수들은 강철민 서승화 빼고 다 들어왔고, 오히려 박명환 이범준 최원호 등이 부상으로 이탈하고, 어수선한 투수진은 쉽게 해결책이 보이지 않습니다.


시즌 초 암울했던 롯데도 점점 치고 올라오고 있습니다. 최근 26경기 사이에 팀타율이 1.4푼 정도 올랐습니다. 히어로즈만큼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최근 타선의 상승세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죠. 투수진의 경우 피안타는 타고투저 흐름만큼 나빠지고 있지만 평균자책은 점차 좋아지고 있습니다. 위기관리 능력이 그만큼 개선되었다는 뜻이겠죠. 손민한이 복귀했고, 송승준 장원준이 슬럼프를 벗어나고 있기 때문에, 투수진은 점차 더 나아질 것 같습니다. 타선에서는 이대호가 살아나고 있지만 아직 가르시아가 부진한 것이 팀홈런 최하위로 나타납니다. 작년에는 기동력도 좋은 팀이었는데, 올 해는 조성환의 장기간 결장과 정수근의 부재 등으로 인함인지 도루는 신통치 않습니다.


삼성은 올 시즌 내내 야금야금 떨어지네요. 현재는 공동 6위. 투수력만 놓고 본다면 4위권에 해당하지만, 최근 삼성의 투수력이 불펜야구로 대표되었다면 현재 불펜이 불안한 것은 겉으로 보이는 평균자책보다 더 투수진을 불안하게 느끼게 하는 이유가 됩니다. 더 큰 문제는 타격도 영 시원치 않다는 것이죠. 현재 8개구단 중 득점이 가장 적습니다. 확실한 것은, 삼성팬들 사이에서도 다소 호불호가 갈리는 "선동열식 야구"마저도 최근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한화가 순식간에 최하위로 떨어졌습니다. 투수력은 튼튼하지 못하지만 류현진이라는 에이스가 있고, 불안한 투수들마저 커버할 수 있는 압도적인 장타력으로 점수를 챙기던 팀컬러가 양쪽에서 붕괴된 탓이지요. 김태균의 이탈은, 표면적으로는 김태완 디아즈 등이 공백을 메우고 있지만 그 이상의 데미지를 주었다고 할 수 있으며, 선발과 불펜이 모두 무너진 투수진은 더 큰 구멍으로 나타납니다. 그래도 시즌 초에는 류현진이라는 확실한 에이스가 다승경쟁을 벌이고 양훈과 토마스가 불펜에서 제몫을 확실히 해준 덕분에 타력으로 중위권에서 버틸 수 있었는데, 류현진이 기복을 보이고 불펜의 과부하가 심해진 지금은 그마저도 못 버티는 듯합니다. 공동 6위와의 승차는 아직 4게임. 시즌을 포기하고 리빌딩에 치중할 시점은 아닌 것 같구요. 김태균이 복귀하면 승부를 걸어볼 여지는 충분하다고 봅니다.


후반기에는 순위싸움이 더 치열해지면서 당연히 총력을 쏟아붓는 팀들이 많아질 텐데요. 특히 투수진이 불안한 팀들이 각축을 벌이지 않을까 예상되는 4위 싸움에서는 불펜의 과부하를 어느 팀이 더 버티느냐가 최종 순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LG와 한화는 화끈한 공격력 때문에 비록 경기 중반까지 4~5점차로 지고 있어도 경기를 포기할 수가 없죠. 그래서 지는 경기에도 승리조 불펜을 투입하게 되는 부작용이 자주 보입니다. 반대로 삼성은 현재 공격력이 시원치 않아서 박빙의 승부가 많고 그래서 승리조 불펜을 투입하게 되는 경기가 많아지죠.

삼성은 비록 불펜이 흔들리고 있다지만 그렇다고 다른 중위권팀들처럼 실점이 많지는 않으므로 외국인 투수나 2군에 있는 선발투수들이 컨디션을 찾으면 충분히 치고 올라갈 동력이 생깁니다. 히어로즈와 롯데도 상대적으로 불펜의 과부하가 덜 심하기 때문에 조금 더 힘을 비축할 여지가 있죠. 반면, LG와 한화는 벌써부터 너무 불펜을 일찍부터 소모해버린건 아닌가 싶을 때가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LG나 한화의 경우 버릴 경기는 설사 역전승의 가능성이 보이더라도 과감하게 버린다고 생각하고 투수 운용했으면 오히려 지금보다 몇 승이라도 더 챙기지 않았을까요? 물론 프로의 세계에서 가능성이 보이는데도 포기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고 어디까지나 결과론입니다만, 아무튼 지금까지 나타난 결과로 봤을 때 그렇다는 겁니다.



찬스에 강한 타자
흔히 "찬스에 강하다"는 표현을 쓰곤 하는데, 사실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나마 득점권 타율을 가지고 살펴보는 것이 가장 일반적일텐데, 이런 식으로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올 시즌 현재까지 두산 김현수의 득점권 타율은 0.333입니다. 득점권 세 번 중 한 번은 안타를 때려주었다는 뜻이니 당연히 찬스에 강한 타자라고 할 수 있을까요? 김현수의 올 시즌 타율은 0.377입니다. 김현수는 득점권 상황에서 66타수 22안타(타율 0.333), 그 외의 상황에서 162타수 64안타(타율 0.395)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득점권 타율이 0.333이니까 찬스에 강하다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득점권이 되면 타율이 6푼 이상 떨어지니까 찬스에 약하다고 해야 할까요?

사실 정답은 없습니다. 그래도 이런 식으로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아서 한 번 정리를 해보았습니다.

일단 올 시즌 규정타석의 절반 이상을 채운 타자 85명을 대상으로 득점권 타율의 10위까지의 순위를 살펴보겠습니다.


이 선수들이 득점권 상황에서 잘 때려주는 선수들입니다.

그러면, 득점권 상황이 되면 평소보다 더 괴력을 보이는, 그야말로 "찬스에 각성하는" 타자들은 누가 있을까요? 득점권 타율이 비득점권 타율보다 월등히 높아지는 순서대로 상위 10명과 하위 5명을 정리했습니다.


주자가 스코어링 포지션에 있지 않으면 1할 타율에 그치는 김상훈이 득점권에서는 0.375로 무려 2할 이상의 타율 상승을 보입니다. 마찬가지로 안치용 역시 1할 타자에서 3할 타자로 대각성하고, 김재호도 2할 초반에서 3할로 껑충 뜁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는데, 정근우는 비득점권 상황에는 4할에 육박하지만 득점권에서는 1할대에 그칩니다. 타율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타자는 삼성의 김상수. 부담없는 상황에는 신인답지 않게 3할을 때려주지만 득점권 상황에는 1할에도 채 미치지 못합니다.

마찬가지의 방식대로 출루율도 차이를 뽑아봤습니다.


브룸바 최희섭이 1~2위로 갑자기 나타났네요. 역시 위기상황에서는 중심타선과의 승부를 피하기 때문에 사사구가 많아지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득점권 상황에서 최희섭까지 승부를 피하면 다음 타자인 김상현의 득점권 타율이 무섭다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최희섭과 승부를 하기도 겁나고 승부를 피하기도 겁나는 그런 상황이라는 것이죠. 물론 이 두 선수가 요즘은 약간 슬럼프 기미가 보이기는 합니다만, 아무튼 KIA가 순식간에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간 일등공신들인 것은 분명합니다.

반대의 경우, 이대형은 비득점권 상황에서보다 출루율이 많이 떨어지는 것이, 주자가 앞에 있으면 기다리지 못하고 자꾸 공을 건드리기 때문에 사사구가 적기 때문이라고 보아야할 것이구요. 김태균은 상당히 뜻밖이지만 올 해 워낙 부상 여파가 크다는 것을 무시하지 못할 겁니다. 가장 큰 폭으로 출루율이 떨어진 선수는 타율과 마찬가지로 김상수입니다.

살펴본 김에 OPS까지 보겠습니다.


김상현이 1위로 치고 올라왔는데, 무려 OPS 5할 이상 올라갑니다. 김상훈도 거의 5할가량 상승하구요. 그 외 타율/출루율 부문에서 순위에 들지 못했던 박용택이 4위에 올라있는데, 타격 1위에  득점권 타율 1위를 기록할만큼 득점권/비득점권 가리지 않고 꾸준히 잘 때려주기 때문에 위에서는 순위에 따로 들지 못했지만, OPS만큼은 득점권 상황에서 월등히 좋아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타율/출루율보다 상대적으로 장타율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득점권 OPS 1.362도 전체 1위에 해당합니다.

반대로 득점권 상황에서 OPS가 5할 이상 떨어진 선수도 있습니다. 김상수와 박석민이 그 주인공이구요. 팀내 중심타선 역할을 해주는 이택근과 가르시아도 득점권 상황에서 OPS가 크게 떨어진 것이 눈에 띕니다.


득점권 타율 등 득점권 상황의 스탯은 사실 모수가 크지 않기 때문에 크게 신뢰할만한 기록은 아닙니다. 당장 안타 몇 개만 더 때려도 타율이 쑥쑥 올라가버리니까요. 하지만 팀의 주전급으로 기용되는 선수들이 시즌을 절반 가까이 치르며 쌓은 기록이라면 마냥 무시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일단 얼핏 생각하기에, 득점권 상황에서 괴물로 돌변하는 선수들 앞에는 출루율이 높은 선수들이 오는 것이 유리하고, 그 반대인 경우는 되도록 찬스가 많이 가지 않도록 타순을 짜는 용병술도 필요하겠죠. 다음에 시간이 되면 그런 것을 좀 더 정리해서 올려보겠습니다. 아마 그 때쯤이면 득점권 타율도 확 바뀌어 있을 가능성도 있겠군요. ^^


- 모든 기록은 아이스탯(www.istat.co.kr)을 참고했습니다.
- 위 기록은 6월 19일까지의 기록을 기준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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