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시즌의 절반이 지났습니다. 올 해는 순위다툼도 재밌고 볼만한 경기도 많이 나오는 대신, 부상이나 오심 등 불미스러운 사건도 더 많아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반환점을 돈 2009프로야구의 8개구단 투타부문 스탯입니다.
늘 그렇듯, 붉은 계열은 평균보다 양호한 것이고, 푸른 계열은 평균보다 안 좋은 것입니다. 그리고 빨간색과 파란색은 각 부문의 1위와 8위를 뜻합니다. 괄호 안의 숫자는 해당 부문의 해당 팀의 순위를 뜻하며, 희생타는 편의상 순위를 매긴 것이니 크게 의미를 두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모든 이미지는 클릭하시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투수 부문 스탯은 대부분 상위 3개팀이 나눠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타자 부문 스탯은 대부분 4~5위 2개팀이 나눠서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리할 때마다 순위가 요동을 치네요. 상위팀은 상위팀대로, 중하위팀은 중하위팀대로 순위 싸움이 아주 치열합니다. 그리고 초반부진했던 KIA-롯데-히어로즈가 차례차례 올라가는 사이 어느새 삼성과 한화가 아래 쪽으로 내려왔습니다. 4위부터 공동 6위까지 4개팀의 승차가 불과 2경기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후반기에도 순위는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입니다.
단, 타고투저가 심해지면서 각팀의 투수력의 차이가 벌써부터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는데, 상위 3개팀의 평균자책이 3점대, 삼성이 4점대, 나머지 4개팀은 5점대입니다. 이 정도로 편차가 심하기 때문에 과연 특별한 변수 없이 중하위 5개팀이 상위권으로 올라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한화와 삼성의 반전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삼성은 상대적으로 투수력이 더 강하고, 한화는 김태균이 다시 복귀하면 타력이 훨씬 더 강해질 것이기 때문이죠. 마지막까지 두고봐야겠지만, 아마 4위 싸움이 어느 때보다 치열한 시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세부적인 내용은 팀별로 스탯을 정리해서 조금 더 살펴보겠습니다. 아래 자료는 제가 이번 시즌 들어 같은 방식으로 스탯을 정리한 것을 팀별로 함께 모은 것입니다. 위에서 아래로 갈수록 최신 데이터입니다.
평균부터 보겠습니다.
위에서 아래로 갈수록, 그러니까 시즌이 지날수록 점점 타고투저의 양상이 심해집니다. 이것을 염두에 두고 팀별로 스탯을 보도록 하죠.
두산은 SK와 KIA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여전히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투수력, 타력, 수비력 모두 톱클래스 수준이죠. 다만 최근 들어 두 가지가 꺾인 것을 볼 수 있는데, 하나는 장타력이고 하나는 도루입니다. 최준석과 김동주의 부상으로 인해 장타력이 줄었고, 이종욱과 고영민의 부상으로 인해 도루도 예년만 못합니다. 특히 도루 부문에서 두산이 평균 이하가 된 것은 아마 이번이 처음 아닌가 싶습니다. 아무튼, 그 많은 부상 선수들 속에서도 꾸준한 스탯을 유지하는건, 그만큼 팀의 선수층까지도 더 두꺼워지고 있다는 반증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몇년째 두산과 SK가 양강 체제를 유지하는데, 두산이 SK보다 백업이 약하다고 했다면 이제 그 약점까지 보완이 되어간다는 것이죠.
SK는 무승부가 가장 많아서 승률에 손해를 많이 봤습니다. 여전히 투타 모두 골고루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만 놓고 본다면 피출루가 크게 늘지 않았음에도 실점이 늘었고, 팀타율이 떨어지지 않았음에도 득점은 줄었습니다. 전체적으로 팀의 전력은 튼튼하지만 집중력이라고 해야 할지, 아무튼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무엇이 조금 틀어진 느낌입니다. 그리고 시즌 내내 최다 도루는 놓치지 않네요.
KIA의 극심한 투타 불균형은 조금씩 나아지나 싶더니 다시 타선이 주춤하네요. 최희섭 김상현이 타선의 파워를 끌어올리다가 최근 동반 부진에 빠졌고, 이용규가 부상 중인 상태에서 김원섭마저 지병으로 2군에 내려갔습니다. 최근에는 김선빈도 부상. 하여튼 KIA는 다른 것 다 제쳐두고 부상이 가장 큰 숙제입니다. 자꾸 부상자들이 생기고 팀 엔트리가 들락날락하다보니, 좋은 투수진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두산 SK에 한끝이 모자르네요. 실책도 점점 많아지더니 어느새 8개구단 최다 실책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자책점은 가장 적은데, 실점은 세번째로 적습니다.
최근 25경기를 치르는 동안 팀타율 2푼이 올라갔고 평균자책 0.5 정도가 떨어졌습니다. 그 사이 순위도 8위에서 4위로 수직상승. 최근 히어로즈의 상승세가 정말 무섭습니다. 김동수 플레잉코치가 경기에 뛰기 시작한 후부터 선발진이 조금씩 자리를 더 잡고 있고 무엇보다 불펜이 훨씬 안정되면서 투수력이 튼튼해졌고, 한 번 터지면 끝장을 보는 타선은 요즘 아주 끝장을 보고 있습니다. 팀OPS 1위. 팀홈런은 한화에 이어 2위이지만 장타력은 8개구단 최고라고 해도 될 정도의 포스입니다.
LG는 여전히 화끈한 공격야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팀타율 팀출루율 1위. 최다안타와 최다득점. 삼진이 가장 적고 볼넷은 가장 많은 "눈야구". 하지만 문제는 투수죠. 시즌 절반이 지나도록 개선이 되기는커녕 점점 나빠지고 있네요. 평균득점보다 평균실점이 더 많습니다. 아무리 타자들이 벌어와도 4강이 힘겨운 이유가 이것이죠. 이제 복귀할 선수들은 강철민 서승화 빼고 다 들어왔고, 오히려 박명환 이범준 최원호 등이 부상으로 이탈하고, 어수선한 투수진은 쉽게 해결책이 보이지 않습니다.
시즌 초 암울했던 롯데도 점점 치고 올라오고 있습니다. 최근 26경기 사이에 팀타율이 1.4푼 정도 올랐습니다. 히어로즈만큼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최근 타선의 상승세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죠. 투수진의 경우 피안타는 타고투저 흐름만큼 나빠지고 있지만 평균자책은 점차 좋아지고 있습니다. 위기관리 능력이 그만큼 개선되었다는 뜻이겠죠. 손민한이 복귀했고, 송승준 장원준이 슬럼프를 벗어나고 있기 때문에, 투수진은 점차 더 나아질 것 같습니다. 타선에서는 이대호가 살아나고 있지만 아직 가르시아가 부진한 것이 팀홈런 최하위로 나타납니다. 작년에는 기동력도 좋은 팀이었는데, 올 해는 조성환의 장기간 결장과 정수근의 부재 등으로 인함인지 도루는 신통치 않습니다.
삼성은 올 시즌 내내 야금야금 떨어지네요. 현재는 공동 6위. 투수력만 놓고 본다면 4위권에 해당하지만, 최근 삼성의 투수력이 불펜야구로 대표되었다면 현재 불펜이 불안한 것은 겉으로 보이는 평균자책보다 더 투수진을 불안하게 느끼게 하는 이유가 됩니다. 더 큰 문제는 타격도 영 시원치 않다는 것이죠. 현재 8개구단 중 득점이 가장 적습니다. 확실한 것은, 삼성팬들 사이에서도 다소 호불호가 갈리는 "선동열식 야구"마저도 최근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한화가 순식간에 최하위로 떨어졌습니다. 투수력은 튼튼하지 못하지만 류현진이라는 에이스가 있고, 불안한 투수들마저 커버할 수 있는 압도적인 장타력으로 점수를 챙기던 팀컬러가 양쪽에서 붕괴된 탓이지요. 김태균의 이탈은, 표면적으로는 김태완 디아즈 등이 공백을 메우고 있지만 그 이상의 데미지를 주었다고 할 수 있으며, 선발과 불펜이 모두 무너진 투수진은 더 큰 구멍으로 나타납니다. 그래도 시즌 초에는 류현진이라는 확실한 에이스가 다승경쟁을 벌이고 양훈과 토마스가 불펜에서 제몫을 확실히 해준 덕분에 타력으로 중위권에서 버틸 수 있었는데, 류현진이 기복을 보이고 불펜의 과부하가 심해진 지금은 그마저도 못 버티는 듯합니다. 공동 6위와의 승차는 아직 4게임. 시즌을 포기하고 리빌딩에 치중할 시점은 아닌 것 같구요. 김태균이 복귀하면 승부를 걸어볼 여지는 충분하다고 봅니다.
후반기에는 순위싸움이 더 치열해지면서 당연히 총력을 쏟아붓는 팀들이 많아질 텐데요. 특히 투수진이 불안한 팀들이 각축을 벌이지 않을까 예상되는 4위 싸움에서는 불펜의 과부하를 어느 팀이 더 버티느냐가 최종 순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LG와 한화는 화끈한 공격력 때문에 비록 경기 중반까지 4~5점차로 지고 있어도 경기를 포기할 수가 없죠. 그래서 지는 경기에도 승리조 불펜을 투입하게 되는 부작용이 자주 보입니다. 반대로 삼성은 현재 공격력이 시원치 않아서 박빙의 승부가 많고 그래서 승리조 불펜을 투입하게 되는 경기가 많아지죠.
삼성은 비록 불펜이 흔들리고 있다지만 그렇다고 다른 중위권팀들처럼 실점이 많지는 않으므로 외국인 투수나 2군에 있는 선발투수들이 컨디션을 찾으면 충분히 치고 올라갈 동력이 생깁니다. 히어로즈와 롯데도 상대적으로 불펜의 과부하가 덜 심하기 때문에 조금 더 힘을 비축할 여지가 있죠. 반면, LG와 한화는 벌써부터 너무 불펜을 일찍부터 소모해버린건 아닌가 싶을 때가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LG나 한화의 경우 버릴 경기는 설사 역전승의 가능성이 보이더라도 과감하게 버린다고 생각하고 투수 운용했으면 오히려 지금보다 몇 승이라도 더 챙기지 않았을까요? 물론 프로의 세계에서 가능성이 보이는데도 포기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고 어디까지나 결과론입니다만, 아무튼 지금까지 나타난 결과로 봤을 때 그렇다는 겁니다.